인간에게 더 가까이
vol.2
하츠네 미쿠의 탄생
사사키 와타루(홋카이도) 크립톤 퓨처 미디어 주식회사 근무
2017.07.07
©유성길
인기 가상 아이돌 가수인 '하츠네 미쿠'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알려진 사사키 와타루 씨. 하츠네 미쿠의 정체는, 컴퓨터로 하여금 악보대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소프트웨어다. 그 소프트웨어 개발에 얽힌 이야기를 사사키 씨가 들려준다. 사사키 씨에게 하츠네 미쿠는 '테크놀로지를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존재'라고 한다.
일본 문화를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
「HATSUNE MIKU EXPO」 중국 투어
© Crypton Future Media, INC. www.piapro.net / © SEGA Graphics by SEGA / MARZA ANIMATION PLANET INC. Production by Crypton Future Media, INC.
보컬로이드*란 가사와 멜로디를 입력해서 컴퓨터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처음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야마하와 함께, 영어권 나라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걸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조 판매를 담당하는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외국의 사운드 제작 회사들과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회사와 접촉을 해서 제품도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하는 차례로 개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어권에서 일이 그다지 잘 진척되지 않았어요. 종교와 관련해서 '사람이 사람을 만드는 것'에 저항감이 있어서....... 그래서 제가 일본용 제품 개발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일본 문화에 맞는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보컬'과 '안드로이드'의 합성어인 '보컬로이드'라는 말이 주는 인상에서부터, 어떤 형태의 발매 방식이 좋을지 모색해 나갔습니다. SF 영화에서 흔히 쓰이고 있는 것이 합성음(신시사이저)이기도 하고 해서, SF, 즉 미래적인 것을 테마로 삼자고 생각했어요. 또한 일본 SF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여성형 안드로이드 이미지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같은 일러스트 이미지와 어울리는 것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보컬로이드: 야마하 주식회사가 개발한 노래하는 소리 합성 기술 및 그 응용 소프트웨어. 'VOCALOID(보컬로이드)' 및 '보카로(보컬로이드의 일본식 표기)'는 야마하 주식회사의 등록상표입니다.
하츠네 미쿠에게 꼭 원했던 것
©유성길
목소리에서 특히 양보할 수 없었던 것이 목소리의 '밝음'입니다. 밝고 높은 목소리에 미래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가요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야마구치 모모에나 나카모리 아키나 같은 옛날 아이돌은 목소리가 낮았잖아요? 그랬는데 오냥코 클럽, 모닝구 무스메, AKB48, 아이돌 성우(아이돌처럼 인기를 얻으며 활동하는 성우로 1990년대 중반에 나타나기 시작했음)...... 이렇게 오면 목소리가 상당히 밝고 높아지고 있어요. 사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런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높아지겠지요.
그리고 화려한 매력이 있는 목소리로 하고 싶었습니다. 일본에서는 택시나 전철 안내방송에 여자 목소리의 기계 합성음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감정도 없고 소리가 또랑또랑하지 않은 느낌을 줍니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전의 내레이션은 좀 위압적이고 인간미 없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중학교 때 들었던 학교 방송국의 여학생 목소리는, 감정은 없었어도 귀여웠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목표로 삼았던 게 그렇게 균형 잡힌 목소리였어요.
보컬로이드는, 인간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아', '카' 등의 히라가나 음을 하나하나 분할하여 등록하고, 그것을 기계로 조합함으로써 노래하게 하는 것입니다. 음과 음의 연결 부분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기계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래 목소리가 조금 소실됩니다. 그러면 억양도 인간의 목소리보다 살짝 밋밋해지거든요. 그렇게 해서 원래 목소리와 다른 특징을 가진 목소리가 되는데, 그래서 이것을 인간과는 다른 하나의 개성을 지닌, '가상 아이돌 가수'라는 독립된 존재로 보고 싶었습니다.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를 찾아서
©유성길
우선 보컬로이드의 바탕이 될 '목소리'를 찾아서, 대형 성우 회사 세 곳에 소속되어 있는 성우들의 CD를 주문해서 전부 듣고, 또 갓 데뷔한 성우들의 CD도 주문해서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사람이 젊은 성우인 후지타 사키 씨였어요. 후지타 씨의 목소리는 상당히 고음이 강하고, 시원하게 쭉 뻗는 목소리였습니다. 게다가 그 목소리가 타고난 거여서, 앞으로 여러 번 녹음을 하려면 연기하는 목소리보다 안정적이겠다고 생각했지요.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의 외모는, 먼저 체형과 나이를 설정한 다음에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부탁을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목소리'가 정해진 시점에, 야마하 제품인 신시사이저 DX7을 모티브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하츠네 미쿠의 왼쪽 소매 디자인에 DX7의 모양이 들어가 있음). DX7이 금속음이나 꽤 높은 전자음이 나는 것으로 유명했거든요. 하츠네 미쿠도 목소리가 높다는 점 그리고 야마하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지요.
이미지 컬러인 다소 기발한 블루그린 역시 DX7의 색깔에 맞춘 것입니다. 만약 DX7을 모티브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하츠네 미쿠의 외모가 전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
현대인의 욕구와 인터넷의 흐름을 타고
©유성길
2007년에 하츠네 미쿠를 공개하자, 곧바로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의 생활 환경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에서는 일요일이면 교회에 가서 노래를 하고 주말이면 모여서 파티를 하고 그런다는데요. 일본은 아파트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고, 개방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거나 모여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할 수 있는 장소가 적잖아요. 마침 당시가 '초식남'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때이기도 해서, 술 마시러도 안 가고 회사 선후배 사이에 커뮤니케이션도 별로 안 한다는 얘기를 어른들이 하기 시작한 시대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서 음악을 만들어 보컬로이드에게 노래하게 하고 싶다 하는 욕구가 축적되어 있었던 것이겠지요.
인터넷의 대용량 통신 인프라의 흐름에 올라탔다 하는 점도 큰 요인이었어요. 마침 그때가 인터넷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동영상 올리는 게 확산되기 시작하던 때여서, 자신이 만든 노래를 하츠네 미쿠가 부르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이 그런 흐름을 타고 확산돼 나갔습니다.
그러자 곧 도쿄의 대기업에서 "하츠네 미쿠의 CD를 내지 않겠습니까?", "하츠네 미쿠를 아이돌로 저희 회사에 등록하지 않겠습니까?" 하는 제안도 들어왔습니다.
일본의 음악업계는 거의가 도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절했지요. 우리 회사가 삿포로에 있기도 하고, 원래 인터넷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은 인터넷으로 확산될 만큼 확산되고 좀 진정된 다음에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지요. "저희가 홋카이도에 있어서요." 하며, 거절하기가 쉬웠던 면도 있습니다.
즐기는 방식은 천차만별
©유성길
그랬더니, 마치 도시전설 비슷하게 인터넷으로 점점 확산이 되어서, "하츠네 미쿠가 뭔데?" 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런 애니메이션이 있었나?" 하는 애니메이션 팬도 있었고, "기계 노랫소리는 알아듣기가 좀 어렵지 않아?" 하고 비평하는 음악 팬도 있었어요. 안티인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의론이 일어나서 더더욱 널리 확산되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이 저렇게 길면 역동적인 구도로 만들 수 있겠어."라며 좋아하는 피규어 팬도 있었고, 게임이나 코스프레, 노래방을 통해 하츠네 미쿠를 알게 된 팬도 있었습니다.
저희도 전부를 보고 듣고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고, 아무도 전모를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하츠네 미쿠에 관해서라면 나한테 물어봐라." 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모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잘난 척하는 녀석이 없어서 좋네요." 하는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요? 입문하게 된 경로나 즐기는 방식이 다 천차만별이었고, 모두가 제각각 재미있어해 주셨습니다.
보컬로이드 목소리의 매력
2009년 이후, 팬들의 희망에 부응하는 뜻에서 일종의 오프 모임을 겸한 라이브도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크게 성황을 이루어, 2013년 요코하마에서는 관련 기업들과 함께, 물을 뿜어 올려서 그 워터 스크린에 하츠네 미쿠를 비추는, 그런 라이브 행사 같은 것도 개최했습니다.
영상을 구름에도 비춰 보고 망으로 만든 창 같은 곳에도 비춰 보고 하면서,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하츠네 미쿠를 접목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의 즐거움을 사람이 알려 주려 하기보다 하츠네 미쿠에게 시킬 때, 더 쉽게 "맞아. 하츠네 미쿠도 디지털이잖아?" 하고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요?
<「HATSUNE MIKU EXPO」 중국 투어>
© Crypton Future Media, INC. www.piapro.net / © SEGA Graphics by SEGA / MARZA ANIMATION PLANET INC. Production by Crypton Future Media, INC.
보컬로이드의 목소리에는 모자라는 부분도 있지만 인간에게 없는 장점도 있어요. 보컬로이드는 계속해서 고음을 낼 수도 있고, 복잡한 멜로디의 노래를 해 주면 좋겠다는 요망에도 따를 수 있습니다. 인간은 피곤함이나 감정의 기복이 노래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지만, 보컬로이드는 그럴 염려도 없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인간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안 좋은 부분은 제외해 나가고자 합니다. 그런 다음에, 가수로서 표현력을 더욱 높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나아가 노래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하고 가부키 같은 예술 무대에도 도전하고 하면서, 다른 역할도 연기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서로 다른 시리즈의 캐릭터 사이에, 목소리를 좀 더 차별화하고 싶습니다. 다언어 작업도 진행할 거예요. 우선은 중국어판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음을 의식하다
©유성길
저에게 하츠네 미쿠는 테크놀로지를 의식하게 해 주는 존재입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일본에는 전쟁이 없었거니와 인프라도 잘 갖추어져 있었어요. 저 자신이 커다란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고, 레일 위에서 자동적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나 그것을 움직이는 테크놀로지를 의식하면서 살지 않으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돼 버린다고 생각해요.
옛날부터 테크놀로지라는 것, 사회라는 것, 소리라든지 목소리라는 것 등 여러 가지를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것이 제 취미였습니다. 하츠네 미쿠는 더 나아가 그것을 일로까지 만들어 준 부분이 있어요.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하츠네 미쿠를 만든 후에, 제가 유치원 때 '장래의 희망' 같은 것을 써 놓았던 종이가 나왔다고 어머니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거기에는 '로봇'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영웅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 같은, 인간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 닮은 로봇을 우상처럼 여기고 있었던 거겠지요. 지금, 유치원 아이 때의 꿈이 절반쯤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인터뷰:2017년 2월】
구성: 야마기시 하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