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에 홀리어서
vol.4
요괴가 이어 주는 사람과 사람
아이다 가즈나리, 도쿄
2017.10.12
©유성길
도쿄 에도가와 구에 요괴와 관련된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하고 요괴 관련 행사 등을 여는 회사가 있다. 그 이름도 '요카이야(요괴의 집이라는 뜻)'다. 어렸을 때부터 요괴를 굉장히 좋아했다는 아이다 가즈나리 씨가 요괴 사랑을 강점으로 내세워 창업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4년. 아이다 씨가 매일매일 요괴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요괴에게 배우게 된 것을 이야기한다.
©유성길
다시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
제가 요괴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이었을 겁니다. 본가가 후쿠시마 현의 아이즈와카마쓰 시에 있는 양조장인데, 가게에 있는 상품을 멋대로 뜯거나 해서 자주 야단을 맞았어요. 그럴 때면 꼭 창고에 갇혔지요. 밖에서 문이 잠기고, 창고 안은 캄캄하고, 아무리 울고 소리쳐도 아무도 안 와요. 그러다 포기하고 가만히 있으면, 바람 소리도 들리고, 다다다다 하면서 쥐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고,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은 기척이 끊임없이 나는데, 이게 엄청 무섭잖아요. 그저 한 10분 정도였을 텐데, 무척이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었지요.
사람이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가장 공포를 느끼는 법인데, 거꾸로 말하면, 알면 안심이 된다는 거거든요. 저 역시 어린 마음에도 공포를 극복하려 했던 거 같아요. 부모님께 '요괴도감'을 사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책을 펼치니, 창고에 나타나는 요괴가 떡 하니 나와 있는 거예요. '구라봇코'라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완전히 빠져들어 도감을 들여다보면서, 요괴의 이름과 요괴가 어떨 때 나타나는지 등을 아주 상세히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크면서 조금씩 마음이 멀어져, 중학교에 들어갈 때쯤에는 요괴가 완전히 관심 밖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하지만 실은 늘 마음속에 있었나 봅니다.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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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판 일본요괴대전 요괴ㆍ저승ㆍ신』 (미즈키 시게루 저, 고단샤 문고, 2014년)
요괴IT라는 창업 계획
4년 전에 제가 사는 에도가와 구에서 실시한 '창업 세미나'에 참가했었는데, 그것이 요괴 생각에 다시 불이 붙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사회에 나온 이후, 금융이나 웹 쪽의 업무용 프로그램 개발 위주로 쭉 IT 관련 일을 해 왔어요. 나한테는 이 일밖에 없다는 믿음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조금 넓히니까,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을 헛되게 하지 않으면서 사회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아이도 막 태어났고 해서, 육아 지원과 IT를 결합한 창업 계획을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세미나 강사 선생님이 "아이다 씨는 어떤 것을 좋아합니까?" 하고 물으시기에 잠시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요괴를 엄청 좋아해서, 도감에 나오는 요괴들 중에 지금도 이름과 특징을 댈 수 있는 게 꽤 많아요."라고 대답했거든요. 그러자 선생님이 "그거 창업하는 데에 좋은 자산이 되겠는데요." 하시더군요. 그래서 요괴와 IT를 결합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요괴 컬렉션>입니다.
<요괴 컬렉션> 개발
iPhone 앱 <요괴 컬렉션>
<요괴 컬렉션>은 위치 정보를 사용한 아이폰 앱으로, 완전히 추월은 당했지만 <포켓몬고>보다도 먼저 개발, 출시됐어요. <요괴 컬렉션>을 보면, 도쿄의 곳곳에 100가지 정도의 요괴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흡연소에 가면 '게무타카로(연기괴롭지?)'라는 요괴가 나타납니다. 이건 흡연자가 비좁은 흡연소에 처박혀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나타나는 요괴지요. 이런 캐릭터 설정은 요괴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맡기고 있습니다만, 요괴가 등장하는 위치 설정은, 제가 도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그 요괴에 어울리는 장소를 선택하고, 직접 그 자리에 가서 위치 정보를 입력하고 있습니다.
<요괴 컬렉션>의 요괴들(일러스트: MichiYoko)
(왼쪽) 금연 장소와 흡연 장소가 칸막이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잘 출몰하는 '게무타카로'
(가운데) 사진 촬영 등, 셔터를 누르는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는 민폐 요괴 '한메비라키(반눈뜨기)'. 이 요괴에 홀리면 눈이 감길 뿐만 아니라 어정쩡하게 반만 눈을 뜬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오른쪽) 동전을 너무나 싫어해서 자판기에 씌어 있는 요괴 '고제니오토시(동전떨구기)'.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때때로 인식이 안 되어 짤그랑 하고 다시 나올 때가 있는데, 대부분 이 고제니오토시의 소행이다.
<요괴 컬렉션>은 에도가와 구의 비즈니스 플랜 공모전에 지원하려고 만든 것으로, 위치 정보를 이용함으로써 마을 활성화로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묶어 관광 자원으로 이용한다거나, 상점가에서 스탬프 랠리에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텐데요. 나중에는 여행 관계자 분과 협력해, 지방에서 요괴 관광을 하는 투어를 꾸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고향인 아이즈와카마쓰에서 시작하고 싶네요. 오래된 옛날 집에서 그 지역 할머니한테 괴담이나 민간설화를 들어 본다든지, 제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것처럼 창고에 들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선뜩한 공기를 느껴 본다든지 하는 것도 좋겠지요.
행사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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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리하여 그 후 저는 회사 다니기를 그만두고 '요카이야'를 설립해, 어플리케이션 개발, 요괴 상품 판매와 일러스트 제작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수입이 모자라, 프리랜서로 IT 쪽 일도 받아서 하고 있어요. 솔직히 요괴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면, 잠시 멈칫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이라는 마음으로 가자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런 생각을 하며 중요시하고 싶었던 것은, 실제로 사람과 사람이 접하는 자리를 만드는 거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요괴를 주제로 한 행사를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어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것이 정말 기쁜,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제 나름의 '사명'으로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 요괴 애호가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거지요.
그건 많은 부분이 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데, 전에 한 번, 업무 환경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 때문이었는지, 기분이 극단적으로 가라앉아 정신적으로 좀 앓았던 적이 있습니다. 본가로 가 요양하면서 약을 복용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가라앉아 있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약이 아니야. 사람밖에 없어." 하는 생각이 들어 약을 딱 끊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저 자신을 개방해 나가기로 했지요.
그때 저를 도와준 사람이 당시에 아직 친구였던 아내인데, 배신하지 않고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관용성' 같은 것을 느꼈고, 그럼으로써 제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있어서,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지탱해 주는 거라는 사실을 깊이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소중한 것은 누군가와 그렇게 이어진다는 것이고, 요괴는 그 계기이며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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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험으로 이어지는 <어둠 교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어둠 교실>을 실시합니다. (5쪽 참조)
목적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예요.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지인에게 들었는데, 인간이 어둠 속에 들어가면 오감이 자극을 받아, 감각을 느끼는 힘이 갑절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저 자신이 창고 안 어둠 속에서 들었던 소리 때문에 요괴에 흥미를 갖게 된 셈이어서, 그 이론이 이해가 돼요. 요괴를 주제로 이런저런 행사를 기획하다 보니, 마치 원체험을 했던 시절로 돌아가 있는 것처럼 어떤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목적은 아이들이 아빠, 엄마가 있다는 안도감을 느껴 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무서움을 느낄 때 무엇을 의지하느냐 하면 역시 부모거든요. 부모가 꼭 안아 주면 아이는 안도할 것이고, 부모 또한 무서워하는 아이를 꼭 안아 주는 것이 아주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간의 약한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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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카이야'를 만들 때 저는 "요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일본 문화의 훌륭함을 알려 주고 싶다. 또 아이들이 그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 줄 수 있을 만큼 일본을 좋아하면 좋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 4년. 일로서 요괴와 함께하는 가운데, 요괴들에게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일본 요괴의 80~90%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뭔가 잘못을 했다든지 사정이 안 좋은 일이 생겼다든지 할 때, 사람들은 그것을 '요괴의 소행'이라고 꾸며 내 왔어요. 그래서 요괴를 알려고 하다 보면, 요괴가 생겨난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 특히 인간의 '부정적인 부분'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정적인 부분이라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요괴에 홀리는 것이, 요괴로 보이는 그런 부정적인 부분에 '공감'을 하기 때문입니다.
요괴를 통해 지향하는 세계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때로는 자신의 약한 부분,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부정적 접근법'을 받아들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단다."라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이것을 뒤집으면, 주변 사람들의 약한 부분이나 부정적인 부분을 받아들이는 '관용성'이 필요하다 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요즘 사회, 요즘 학교 교육을 보면,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 해서, 잘못하거나 실수한 것들을 싹 없애 버리려는 면이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뭔가 잘못을 했으면, 일단은 한번 받아들여 주고 "나도 그런 적이 있단다." 또는 "네 마음을 안단다." 하고 공감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에게 문제가 있는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남을 받아들임으로써 넓어지는 세계를 다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요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행사 등을 계속해서 꾸려 나가야 할 것이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장소를 더욱더 많이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요. 그런데 요즘 요괴들이 "힘 내!" 이렇게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마구 들어요. 어쩌면 제 안에 어떤, 요괴가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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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어둠 교실>
<어둠 교실>
기획 의도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캄캄한 어둠을 체험하고, 요괴의 존재를 오감으로 느껴 보는 것. 전기가 없던 시절, 요괴가 생겨났던 시절을 상상해 본다.
【어둠 체험】
어둠 속에서 '아즈키아라이(강가에서 팥 씻는 소리를 낸다는 요괴)' 소리가 들리고, '도깨비불'의 불빛이 보이고, 털북숭이 같은 것이 피부를 스치는 공포를 느낀다.
(체험 후, 밝은 곳에서 팥 씻는 소리와 도깨비불, 털북숭이 같았던 것의 정체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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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어둠 체험을 하고 나면, 괴담사(괴담을 들려주는 사람)에게 괴담을 듣고서 상상력을 높인 다음에 "요괴라는 게 무엇일까?"라는 제목의 강좌에서 그 형태를 구체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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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를 만들자 워크숍】
자기가 상상한 요괴를 표현해 보는 <요괴를 만들자 워크숍>. 색연필은 물론이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표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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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17년 7월】
구성: 고가 아미코(이스크립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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