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Your Way

패션으로 자기 표현

vol.1

'시로누리'로 그리는 나의 세계

쓰노시(21세, 도쿄도)

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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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go Jin

약력 : 쓰노시(닉네임). 대학교 4학년. 21세.
그림을 그린다든지 '시로누리'할 때 입을 옷에 직접 프릴이나 리본을 단다든지 머리 장식을 만든다든지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갸루 계열 잡지인 『egg』의 별책 『겟톤☆』에 소개된 적도 있다.

하라주쿠에는 실로 다양한 패션을 한 사람들이 있다. 고스로리(고딕과 롤리타의 합성어이며 롤리타 패션의 하나), 클래식 롤리타, 페어리(요정 같은 분위기의 패션) 등, 어떤 패션을 해도 다 허용이 되는 거리인 하라주쿠. 그리고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얼굴에 하얀 칠을 하고 독특한 옷을 몸에 두른 '시로누리'다.

그 시로누리를 하는 사람 중 하나인 닉네임 '쓰노시'를 만났다. 현재 시로누리에 푹 빠져 있는 쓰노시는 시로누리 친구들과 함께 거리를 걷는다. 자신이 일상 속에 만들어 내는 비현실적인 풍경이나 세계를 좋아한다고 한다.



일상 속에 비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어 내고 싶다

처음 시로누리를 했던 건 대학교 2학년 때. 시로누리에 관심 있는 아이들 4~5명이 일요일 오후쯤 모여 시로누리를 하고 저녁에 하라주쿠를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도쿄 데카당스(도쿄에서 열리는 독특한 코스튬 이벤트의 하나 - 역자주) 같은 언더그라운드 쪽 이벤트에도 시로누리를 하고 간다든지 하게 되었다.

그전부터 시로누리에는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해 시로누리를 하곤 했었다. 시로누리는 스타일 좋은 애들이 하는 것이고, 나처럼 뚱뚱한 애가 하면 좀 아닐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해 봤다.

처음에는 좀처럼 혼자서 돌아다니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시로누리를 하고 전철을 탈 때도 있다. 주변 사람들의 이상하다는 시선에 내가 시로누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정도. 하지만 전철이 복잡할 때는 타지 않는다. 한산할 때는 태워 주시겠죠 하는 마음으로.

처음에는 시로누리를 한 내 모습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벤트에 참가하게 되면서 시로누리 실력을 더 많이 쌓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노력하는 동안 자신감이 생겼다. 시로누리를 한 내 모습은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별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면 "근사하네." 하고 말해 주는 사람도 있다. 거리를 지나다닐 때도 사람들이 말을 걸어 오고 주목해 준다. 그런 거는 역시 기분이 좋다.

시로누리 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시로누리를 하고 한 20명이 함께 거리를 돌아다니면 재미있겠지?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작년 5월, 시로누리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믹시(일본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 역자주), 아메바(일본의 블로그 서비스 사이트 - 역자주), 트위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모인 사람은 23명. 오겠다는 아이들이 참여 의사를 알려 왔기 때문에, 나는 몇 명이 모일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당일까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모인 게 놀라웠던 모양이다. 친구가 생겼다고 엄청 기뻐한 아이도 있었다.

그 다음의 8월 모임에는 40명이 넘게 모였다. 세 번째 모임은 별로 광고하지 않고 시로누리 커뮤니티에만 알렸다. 모인 인원은 30여 명. 세 차례 모두 다 같이 시로누리를 하고 하라주쿠를 돌아다녔다. 일상 속에다 아주 이상한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로누리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다

두 번째 모임 때 40명을 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인원수가 커지니 정리하는 게 큰일이었다. 시로누리를 한다고 하면 다들 똑같은 줄 알지만, 시로누리를 하게 된 동기나 지향하는 바는 제각각 다르다.

모임을 거듭해 가는 동안, 내가 바라는 것이 아트로서의 시로누리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거리에 나가면 금세 엉망이 되기 때문에 머리를 엄청 퍼 담거나(머리 장식을 빽빽하게 꽂는 것) 메이크업에 완벽한 정성을 쏟을 수는 없지만, 좀 더 내가 좋아하는 세계, 좀 더 비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싶다.

나는 시로누리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 아트로서 시로누리를 하는 사람하고는 취미도 굉장히 잘 맞는다. 아트나 영화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가 금방 고조된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과 시로누리를 하면서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싶다. 시로누리 친구들 사이에 연결이 생겼으므로, 널리 공지해서 모임을 갖는 일은 이제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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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go Jin

하라주쿠에 있는 사쿠라테이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있다. 사쿠라테이는 시로누리 친구들이 모일 때 자주 이용하는 곳. 시로누리를 하고 있어도 유쾌하게 맞아 주는 관대한 가게다.

나에게 시로누리는

나는 미술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로누리도 작품을 만드는 것의 일환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상과 동떨어진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세계를 표현하는 작품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시로누리를 통해서 표현한다.

메이크업을 할 때면 새로운 내가 되어 간다는, 새로운 나를 연출한다는 느낌이 든다. 시로누리를 하고서 일상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비현실적인 세계의 일부가 된다는 것. 일상과 동떨어진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시로누리 세계를 더 널리 보급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지만, 존재를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 하고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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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go Jin

매사에 소극적이었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 1~2학년 무렵에는 말이 없는 아이였다. 친구도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신주쿠에서 시부야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갔다. 전학 간 당일, 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고 곧바로 나를 자기네 사이에 끼워 주었다. 나는 그날부터 명랑한 아이가 되었다.

5학년 때 자화상을 그린 적이 있었는데 다들 재미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개성적인 것을 좋게 봐 주는 학교였기 때문에 나 자신을 점점 드러낼 수 있었다. 그때 친구들하고는 지금도 잘 지낸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자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시험을 보고 들어간 중학교에는 같은 초등학교에서 온 아이가 아무도 없었다. 뚱뚱해서 아마 첫 인상도 나빴을 것이다. 남자애들은 나를 마치 세균 보듯이 말했고, 나는 늘 좌절감을 느꼈다. 살을 빼는 게 좋겠다 싶어서 3개월에 25킬로그램을 감량한 적도 있었는데, 먹지 않고 살을 빼서 늘 어질어질했다. 그런 다음엔 다시 리바운드.

그러는 사이에 조금씩 친구가 생겼기 때문에 살을 빼려는 노력은 그만두었다. 뭐 이대로도 괜찮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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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go Jin

비주얼 계 밴드와의 만남

중3 때 친구가 비주얼 계 밴드를 소개해 주었다.

첫 인상은 "재수 없어!"였다.

그런데 친구가 들어 보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들어 봤다.

"멋지다! 이런 음악이 있구나!"

충격이었다. 그때까지 좋아했던 음악하고는 전혀 달랐다. 내가 좋아했던 건 후쿠야마 마사하루. 그때부터 다양한 밴드의 곡을 듣게 되었고, 벅틱을 만났다.

그리고 그 밴드에 빠져들었다. 그 밴드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았다. 그 사람들이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 알아보다가 데라야마 슈지와 고딕 문화를 알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나의 세계가 점점 넓어져 갔다. 시로누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때 비주얼 계 밴드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열중할 수 있는 것이 생겼기 때문에 나 자신의 세계를 만들 수가 있었다. 뚱뚱하다는 것 또는 남자애들이 뭐라고 하는 말에도 더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학교가 재미없다." 또는 "하루하루가 따분하다."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밖으로 눈을 돌리고 찾아보면 좋을 텐데 싶다. 자기에게 맞는 곳이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밖에 할 수 없는 패션이 목표

현재 의료 관련 학교에 다니고 있다. 실은 미술 쪽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내가 외동이라 부모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생계 걱정이 없는 의료 쪽 일을 선택했다.

학교 친구들은 남을 돕는다든지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보다 강하다. 그런 마음은 누구한테나 다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나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지 사실은 자신이 없다.

하지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고, 정신과 쪽으로 나가 보려고 생각 중이다.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크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힘든 일에 부딪쳐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가족이나 친구들 복이 많았던 것 같다. 다들 나의 감각이나 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 주었다. 특히 우리 할머니는 내가 그린 그림이나 내가 만든 것들을 다 멋지다고 해 주셨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유바바와 똑같다. 겉모습도 보통 인간 이상이거니와 속모습이나 감각도 그야말로 '우리 할머니' 그 자체! 옷은 전부 지어서 입는다. 파는 건 입을 수도 없고 어울리지도 않으니까. 할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천을 떠다가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만들어 달라고 맡긴다. 그 옷이 엄청 잘 어울린다. 우리 할머니밖에 못 입는다. 삶의 방식까지가 전부 드러나 있는 패션이다.

자기의 삶과 자기 자신이 다 드러나는 패션, 나 자신밖에 할 수 없는 패션을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우리 할머니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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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go Jin

시로누리 메이크업을 하는 과정

1. 화장하기 전, 민낯의 쓰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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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흰색의 도란[무대 화장에 사용하는 유성의 연백분(陳白粉). 독일 회사 도란(Dohran)의 제품명 - 역자주]을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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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눈썹을 붙인다. 메이크업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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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아이라인을 굵고 진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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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얼굴이 작아 보이도록 턱 주위에 검은색 천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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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발을 쓴 다음에 조심스럽게 잘 빗는다. 이 색깔의 가발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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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애용하는 모자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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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전체를 점검하고 꼼꼼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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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로누리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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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 Hongo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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