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에 홀리어서
vol.3
요괴는 즐기는 것
슈토 오조라, 대학교 1학년, 도쿄
2016.01
©北郷仁
대학에 들어가 요괴연구회를 만든 슈토 오조라 씨. 어렸을 때부터 요괴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요괴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 온 슈토 씨가 그 매력을 이야기한다.
요괴를 만나다
요괴를 만나게 된 것은 유치원 때입니다. 가까운 도서관의 도감 코너에서 미즈키 시게루 선생님의 원화집 『요괴화』를 발견했어요.
표지 그림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책장을 넘겨 보니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다양한 요괴들이, 그것도 기가 막힌 색깔들로 그려져 있었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넋을 잃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때는 한자를 모르니까 해설은 읽지 않았고, 무작정 그림만 바라보았어요. 그것만으로도 너무 너무 재미가 있어서.......
고등학교 3학년 겨울에 전부 8권짜리 시리즈를 샀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3을 살 생각이었는데, 이 책을 발견하고 책장을 펼치자 어렸을 때 두근거렸던 마음이 되살아난 거예요. 지금은 해설도 읽을 수 있고, 정말 재미있습니다.
©北郷仁
『요괴화』(소프트개러지, 1998년)
무서우면서도 마음을 끌어당기던 요괴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서 매일 그림책을 읽어 주셨습니다. 어머니 나름의 생각도 있고 해서, 일본의 옛날이야기와 민간 설화도 제 주변에 많았어요. '요괴'라고 쓰여 있지 않아도 그런 비슷한 것들이 많이 나왔지요. 그것이 미즈키 시게루 선생님 책을 보았을 때, "아아,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요괴였구나." 하고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어렸을 때, 요괴나 귀신 그림책은 솔직히 무서웠어요. 그러면서도 좋아 가지고, 부모님한테 "읽어 줘. 읽어 줘." 하고 조르곤 했습니다. 특히 마음에 남아 있는 책 중 하나가 『도깨비 귀신』*1이에요. 한반도의 요괴 이야기인데, 무서웠지요. 부모님도 어떻게 이런 걸 사 주셨나 싶어요. 아이들은 이런 걸 보면 울잖아요.
그거하고 『아이잡이 할멈』*2요. '할멈'은 '산속에 사는 마귀할멈'을 가리켜요. 그때는 '아이잡이'가 뭔가 했었는데, 나중에 커서 '아이잡이'가 '아이를 잡아간다'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멈'이 항아리 속으로 아이를 빨아들이는 거예요. 그거 진짜 무서워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해서 읽어 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세상에 '요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 후쿠인칸쇼텐에서 '어린이의 친구' 시리즈 437호로 1992년에 발행됨. 그 후 2005년에 『도깨비 귀신』이 후쿠인칸쇼텐에서 간행됨.
*2 후쿠인칸쇼텐에서 '어린이의 친구' 시리즈 416호로 1990년에 발행됨. 그 후 2009년에 『아이잡이 할멈』이 후쿠인칸쇼텐에서 간행됨.
©北郷仁
요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초등학교 때부터 사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요괴를 좋아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돗토리 현 사카이미나토에 있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도 가족들과 함께 갔었습니다. 거기에서 산 트럼프와 책자가 지금도 저의 보물이에요.
초등학교 때, 꿈에 그리던 사카이미나토에 갔다.
©北郷仁
사카이미나토에서 산 트럼프와 책자
그런데 서로 다른 중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똑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가 싹 사라져 버렸어요. 친해진 친구한테 "나는 요괴를 좋아하는데, 너는 어때?" 하고 물어봐도 "뭐? 요괴? 아유, 싫어." 하는 반응뿐이고....... 중고등학교 때는 아무하고도 요괴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혼자 요괴와 관련된 것을 읽기도 하고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요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지요.
요괴연구회를 만들다
대학에 입학해서,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들어가고 싶은 데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더 재미있겠지 싶어서, 요괴연구회를 만들기로 했어요. 대학에는 각 지방에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학생들 수도 많으니까, 취미가 똑같은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요.
4월 말쯤에 포스터를 붙이고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저를 포함해 5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제가 이런저런 자료를 만들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물과 요괴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하는 이야기도 하고, 미나미아이즈(후쿠시마 현 남서부) 지방의 민간 설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자료를 만들 때도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필수과목 과제를 제쳐 놓고 할 때도 있어요. 여름방학 과제물은 2000자밖에 안 썼는데, 동아리 자료는 6000자나 써 놨다든지......(웃음). 재미있어요, 진짜로.
교내에 붙였던 동아리 포스터
요괴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
요괴라는 게 다양한 장르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서, 동아리 회원들도 각자 관심이 있는 부분이 다릅니다. 저는 민간 설화에 관심이 있지만, 그림에 관심이 있다든지 신과 연관해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야만바'라는 요괴를 예로 들자면, '신'과 '요괴'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사기』(일본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역사서)에서 이자나미(일본 창조 신화 속의 여신)가 죽은 후 모습이 추해졌다는 이야기에 빗대어 '야만바'를 '영락한 산의 신'으로 봅니다.한편, '신'과 '요괴'를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금석물어』(헤이안 시대의 설화집)에 나오는 '사냥꾼의 어머니가 귀신이 되어 아이를 잡아먹으려 하는 이야기'라든지 노(일본의 전통 가면극) 『구로즈카』(산속에 살면서 사람을 잡아먹는 마귀할멈 이야기)를 바탕으로, 야만바를 '사람이 변신한, 산속에 있는 이상한 세계의 존재ㆍ여자 귀신'이라고 해석합니다.
이처럼 같은 요괴를 두고도 접근 방법이 달라서 생기는 다른 해석들을 어떻게 조율해 나가야 할지, 어려운 점도 있지만 다르니까 재미가 있는 거겠지요.
또 모양새는 같은데 이름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차이점을 놓고,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요.
가 보고서 처음 알게 되는 것
©北郷仁
책이나 인터넷으로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또 모르는 것도 많아서, 여름방학 때 아이즈(후쿠시마 현 서쪽 지역)에 다녀왔습니다. 우연히 체육 과외활동으로 그 근처에 있는 오제에 트레킹을 하러 갈 기회가 있어서, 근방의 히노에마타의 민속자료관을 방문했어요. 히노에마타 가부키(히노에마타 마을의 전통 농촌 가부키)가 유명해서 가부키 소품과 복식 등이 있었는데,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 마을의 신사라든지 풍습에 관한 자료였습니다.3일 동안 다니면서 많은 분들께 말씀을 여쭈었습니다. 예를 들면, 히노에마타에는 길가나 집 옆 등 여기저기에 무덤이 있더라고요. 무덤은 묘지에 한데 모여 있는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가기 전에 인터넷과 책으로 히노에마타에 관해 알아봤을 때는 온통 헤이케의 패잔병 전설(헤이안 시대 말기에 전쟁에 져서 숨어 살던 헤이케 일족의 이야기)만 나왔는데, 실제로 가 보니 그것 말고도 민간 설화를 많이 들을 수가 있었어요.
그 다음에 이나와시로(후쿠시마 중앙 북부) 로도 발길을 옮겨 3일간 머물렀습니다. 여기서는 '이나와시로 민간 설화 모임'의 대표인 분에게 말씀을 들을 수 있었어요.
민간 설화를 '읽는' 경우는 많아도 '듣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또 지금까지 구전되고 있는 민간 설화 속에서도 요괴 문화의 숨결을 느꼈어요. 현장 실습 같은 것을 처음 했는데, 책이나 인터넷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정말 신나고 재미있었습니다.
남김 없이 요괴 즐기기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는, 요괴를 즐기기만 하지 말고 학문적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헌이나 책을 읽고 현장 실습을 하면서, 학문적인 연구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요괴라는 것이, 확실히 정해진 어떤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상상하고 있는 것이 다릅니다. 게다가 요괴는 다양한 분야에 점재하고 있기 때문에, 요괴 그 자체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고, 그 주변의 것들까지 여러 가지로 연구해야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왜 이렇게까지 요괴에 빠져 있느냐 하면, 어렸을 때부터 즐겨 왔고, 이제 와서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숨을 쉬는 것과 똑같은 감각으로 요괴를 느끼고 있거든요. 과자 만드는 것도 취미인데, 시폰케이크, 치즈케이크, 타르트 등을 만듭니다. 저도 먹고 싶고, 친구에게 주면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즐거우니까 만드는 거겠지요. 그게 요괴가 즐거운 것과 똑같습니다.
요괴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영원한 수수께끼예요. 명확한 정의도 불가능하고, 사람들이 각자 느끼는 이미지가 그 사람에게 '요괴'가 되는 거지요. 하지만 가까운 데에 있으면서도, 자연하고는 다른 어떤 세계를 느낍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 알게 된 것이, 요괴는 결코 유치한, 단지 아이들만의 상대로 그치는 것일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여하튼, 저에게 요괴는 어디까지나 즐겨야 하는 대상이고 또 즐길 수밖에 없는 대상입니다.
인터뷰: 2015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