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포기하지 않다
vol.2
기회를 잡아라
이케다 미키오(17세, 아이치 현)
2014.06
©나카사이 가즈야
고등학교 3학년인 이케다 미키오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육상 선수 중 하나다. 선천적인 장애로 오른쪽 다리의 무릎 아래와 오른쪽 팔의 팔꿈치 아래가 없고 왼손도 손가락이 2개 없는 이케다는 의족을 신고 단거리경주를 달린다. 이케다가 육상과의 만남과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한다.
1장의 사진이 육상을 향한 마음에 불을 지폈다
중학교 3학년 여름에 늘 사용하고 있던 의족을 수리하러 어머니와 함께 아이치 현 고마키 시에 있는 의지 제작소에 갔습니다. 의족은 몸의 성장에 맞춰 중학생 무렵까지는 1년에 한 번, 그 후에는 1년 반에서 2년에 한 번 정도 새로 만들게 됩니다. 그 외에 미세하게 조정을 하거나 수리할 필요가 있고요.
그 의지 제작소는 여러 번 갔던 곳이었는데, 그때 로비에 걸려 있던 야마모토 아쓰시 선수*의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야마모토 선수가 멀리뛰기를 할 때 도약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었어요. 그것을 보고 「나도 육상을 할 수 있다!」하는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 베이징 패럴림픽 멀리뛰기에서 은메달을 획득. 단거리 선수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지만, 육상은 무리라고 포기하고 있던 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지역 축구팀에서 축구를 했지요. 그런데 공을 의족으로도 차곤 했더니, 어느 날 망가져 버렸어요. 생활용 의족에는 보조금이 나오지만, 100만 엔이 넘는 고가품인 데다 새로 만들든 수리를 하든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축구를 계속하는 것은 어렵겠다 싶어 중학교 때는 농구부에 들어갔어요.
농구도 굉장히 좋아했지만, 야마모토 선수의 사진을 보고는 「나도 육상을 하고 싶다.」 하는 생각을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그때 동급생 친구가 높이뛰기로 전국 대회에 출전하고, 한국의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에 양 다리에 의족을 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선수가 남아프리카 대표로 출전해 화제가 되었던 것도 자극이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여름 대회가 끝나면 대체로 중학교 3학년은 고등학교 입시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그만둡니다. 저도 농구부는 그만두었지만, 선생님께 부탁드려 육상부에서 함께 연습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어요. 그때 육상을 시작한 게 다행이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기록 향상이 더 늦어졌을 테니까요.
©나카사이 가즈야
©나카사이 가즈야
생활용 의족.
육상부에 들어가다
스포츠에 관해 공부하고 싶어서 미요시 고등학교 스포츠과에 진학했습니다. 물론 육상부에 들어갔지요. 다들 「쟤는 뭐야?」, 「의족으로 육상을 할 수 있는 줄 아나?」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육상부에 들어가자마자 저는 「패럴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 말에도 「이 자식, 큰소리치네.」, 「농담이겠지.」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래도 「정말로 패럴림픽에 나가는 선수가 되어 주겠다.」 하는 마음이 강해졌습니다.
그러긴 했지만 처음에는 전혀 달리지 못해서, 고문 선생님께 「6개월만 시간을 주세요.」 부탁하고는 혼자 연습했어요. 1학년 때는 친구들 응원만 하고 시합에는 전혀 나가지 못해 외롭고 속상했습니다.
「패럴림픽에 나가고 싶다.」 하는 마음은 사라진 게 아니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말로만」이잖아요. 그 의욕을 계속 유지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육상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3학년 선배에게 「육상을 그만두고 싶어요.」 했더니 「이럴 때가 고비니까 힘내라.」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카사이 가즈야
고등학교를 자전거 타고 다닌다. 이제 30분 정도 거리는 문제 없다.
날마다 연습
육상부에서는 비장애인 부원들과 함께 연습하고 있습니다. 연습 프로그램은 선생님이 정하시는데, 제가 할 수 없는 것은 내용을 바꿔서 하고 있어요. 그래도 연습 프로그램을 다 소화하지는 못하는 면이 있지요.
더 뛰고 싶어도 몸이 따라 주지 않는 거예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저 녀석이 하는데 나는 못한다.」는 게 속이 상합니다. 전에는 연습을 너무 해서 뛸 때의 마찰로 무릎 피부가 벗겨진 적도 있고 고름이 잡힌 적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지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고문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오노다 선생님은 자신이 계속 육상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여러 모로 구체적인 조언을 해 주세요. 예를 들어 「엉덩이의 가로근육(중둔근)을 단련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질문하면, 튜브를 사용하는 트레이닝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거나 하지요. 예전부터 생활용 의족을 신고 비장애인 대회에 나가고 있었는데, 장애인 선수 대상의 대회도 찾아봐 주시고, 일본신체장애자육상연맹에 선수 등록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2013년 6월의 신체장애자일본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었지요.
거기까지 갈 수 있었던 것도 1학년 때 그 고비를 잘 넘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카사이 가즈야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연습한다.
©나카사이 가즈야
다들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옆에서 팔굽혀펴기를 한다.
©나카사이 가즈야
연습을 심하게 하면, 의족이 닿는 부분의 마찰로 무릎이 상하게 된다.
경기용 의족으로 향상된 기록
경기용 의족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봄에 주쿄 대학 운동장에서 연습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주쿄 대학 육상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저의 우상 사토 게이타(런던 패럴림픽 육상 일본 대표선수) 선수가 「경기용 의족을 신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해 주고, 도쿄에 계시는 의지장구사(의족이나 의수 등의 의지와 기능 장애가 있는 몸의 부분을 지탱하고 교정하는 장구의 모양을 적합하게 선택하고 제작하는 기술자)인 오키노 아쓰로 씨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오키노 씨는 경기용 의족을 많이 다루시는 분이에요.
경기용 의족에는 보조금이 안 나옵니다. 전부 자비예요. 그래도 앞으로 육상을 하려면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아서 부모님께 간청해 허락을 받았습니다. 의족의 본을 뜬 후에도 세세한 부분을 조정하기 위해 완성될 때까지 세 번 정도 도쿄에 갔어요.
경기용 의족을 사용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반동이 강하게 느껴지고 몸이 좌우로 흔들렸는데, 최근에 들어와 겨우 똑바로 달리게 된 것 같아요.
달릴 때는 의식적으로 의족을 몸 앞쪽으로 내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런던 패럴림픽 100미터 금메달리스트인 영국 대표 조니 피콕 선수는 몸 앞쪽에서 의족을 구르는 식으로 달리는데, 압도적인 파워가 있어요. 피콕 선수가 달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여러 번 보고, 그 달리기 방식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달리고 있습니다.
©나카사이 가즈야
©나카사이 가즈야
생활용 의족(왼쪽)과 경기용 의족.
기록을 좀 더 향상하려면
지금 큰 과제가 2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오른쪽 다리의 근력 강화예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사용해서, 근육의 균형이 왼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사고나 병으로 다리를 절단한 사람은 몸이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 의족을 쓰게 된 거니까 좌우의 근육 균형이 잡혀 있지요. 저는 오른쪽 다리의 근육을 강화해서, 조금이라도 왼쪽 다리 근력에 가까워지게 만들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제 왼쪽 다리 근력이 상당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선배님들한테 「왼쪽 다리 근육 좀 주라.」 그런 말도 듣거든요. 왼쪽 다리 근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오른쪽 다리를 단련하고 싶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팔 동작입니다. 오른쪽 팔이 팔꿈치 아래가 없어서 팔 흔드는 것을 잊어버리는 거예요. 오른쪽 팔에 근력을 기르는 트레이닝도 하고 있는데, 꽤 어렵네요. 앞으로 의수를 다는 것도 생각해 보려 합니다. 의수를 달면 스타트할 때의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양 다리와 한쪽 팔의 세 군데밖에 지면에 댈 수 없어, 균형이 잘 안 맞고 출발이 늦어지고 있거든요.
우선은 의족을 좀 더 내 몸처럼 만들고 그 다음에 2가지 과제를 극복하면, 달리기가 더한층 좋아지고 기록도 향상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카사이 가즈야
목표는 도쿄 패럴림픽
2014년 목표는 10월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장애인 아시아 경기대회(Asian Para Games)에 일본 대표로 출전하는 것입니다. 100미터는 선배들이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저는 200미터, 400미터에서 일본 대표를 노리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동계 훈련 때는 트랙 한 바퀴 400미터에 100미터를 추가해서 달리는 등, 지구력을 기르는 훈련을 했습니다.
200미터는 코너를 잘 도는 게 핵심인데, 뜻밖에도 제가 잘 달린다는 것을 알았어요. 직선만 달리는 100미터보다 저한테는 200미터가 잘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 목표는 도하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에 나가는 것이고, 그다음 목표는 2016년 리오 패럴림픽에 나가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뒤에 있는 목표는 도쿄 패럴림픽이고요. 2020년이면 23세가 되는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대표인 피콕 선수가 혜성처럼 나타나 자기네 나라에서 개최된 런던 패럴림픽에서 우승한 것처럼, 저도 도쿄 패럴림픽에서 우승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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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연습을 하는 이케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제가 긍지를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기회를 헛되이 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2013년 9월에 열린 일본 장애인 육상경기대회(Japan Para Championship)에 출전했는데, 그게 경기용 의족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대회에는 의수•의족 선수로 구성된 한 팀이 달리는 400미터×4계주가 있었어요. 대회 전에, 출전 예정이었던 선수 하나가 다리 상태가 나빠 대체할 선수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종목은 100미터로, 400미터는 달려 본 적도 없었어요. 하지만 곧바로 「저라도 괜찮다면 꼭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했습니다. 「여기서 400미터에 도전하면, 그 다음에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지요.
처음 달리는 400미터는 후반부가 정말 힘들더군요. 그래도 필사적으로 달렸어요. 그때 400미터 계주를 달렸기 때문에 비로소 「난 400미터를 달릴 수 있다.」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3년에 아시아 장애청소년 경기대회의 일본 대표가 되자, 주위의 시선도 점점 달라졌어요. 하지만 여기서 우쭐댄다면 거기서 끝나는 거니까,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나카사이 가즈야
운동을 통해서 얻은 것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통해서 다양한 만남들이 있었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저와 다른 운동을 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도 지고 있을 수는 없지.」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장애가 있어도 운동을 통해 얻는 것이 있고 느끼는 것이 있으니까,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육상도 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선배의 존재가 참 큽니다. 사토 게이타 선수가 「언젠가 함께 계주를 달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네.」라고 말해 준 게 마음에 깊이 남아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 저도 후배들한테 그렇게 생각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카사이 가즈야
다른 부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이케다.
©나카사이 가즈야
연습 후에 친구에게 마사지를 받는다.
인터뷰 2014년 3월
구성 / 가와라 유카리
사진 / 나카사이 가즈야
의족을 신는다.
©나카사이 가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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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용 의족을 벗은 후에는 바닥의 흙을 깨끗이 턴다.
©나카사이 가즈야
다른 선수는 지면 상태에 따라 신발을 바꿔 신지만, 경기용 의족은 1개밖에 없어서 스파이크의 핀을 교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