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를 만들어라!
vol.1
청바지로 세계를 향해
마나베 히사오, 오카야마 현
2016.02
©中才知弥
일본제 청바지의 발상지인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 시 고지마. 상점들이 문을 닫고 셔터를 내려 '셔터 거리'가 되었던 옛 상점가에 청바지 거리가 나타났다. 청바지 관련 점포가 30곳 이상 늘어서 있고, 연간 5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다. 청바지 거리 만들기를 앞장서서 제안했던 것은, 일본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모모타로 청바지'를 생산하는 기업인 재팬블루의 마나베 히사오 사장이다. 마나베 사장이 청바지와 지역에 대한 깊은 열정을 이야기한다.
청바지 거리의 탄생
2006년 고지마 아지노에 모모타로 청바지 매장을 냈습니다. 이곳은 한때 번창한 상점가였으나, 1990년 무렵부터 셔터 거리가 되어 있었어요. 고지마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도 셔터 거리가 늘어나, 지자체들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저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랐어요. 셔터 거리를 청바지 가게가 늘어선 청바지 거리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하고요.
고지마는 에도 시대(1615~1867)의 면화 재배에서 시작해, 다비(일본 버선) 생산을 거쳐, 학생복 생산에서는 일본 국내 1위로, 섬유업이 계속 번성해 왔습니다. 그리고 1960년대에 일본산 청바지가 생산되기 시작했지요. 저 자신이 데님 원단 쪽 일을 계속 해 왔기 때문에, 청바지를 지역 활성화에 꼭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 해 보면 모르잖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다음은 행동으로 옮기는 겁니다. 셔터가 내려진 가게 소유자에게 거리 만들기 계획을 이야기해서 점포를 저렴하게 빌려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하고, 청바지 회사에는 매장을 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거지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첫마디가 이거였습니다.
"왜 여기야?" "그런 데서 팔릴 리가 없지." "아무도 안 산다고."
"안 해 보면 모르잖아."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에는, 한 업계가 혼자 노력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교라든지 여러 단체를 모셔다 고지마 상공회의소 안에 추진협의회를 세웠습니다. 그 다음에는 가게 주인과 청바지 회사를 설득하는 나날이 이어졌지요.
그와 동시에 언론에도 홍보를 했습니다. 거리 만들기 계획을 크게 띄우는 거지요. 그러면 재미있다며 취재해 갑니다. 지역 사람들도 모르는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고, 그것을 본 사람들 중에서 "그럼 가 볼까?" 하는 사람이 나옵니다. 생각보다 잘 팔릴 거라는 말을 들은 회사가 또 새로 매장을 냅니다. 선순환이지요.
청바지 거리의 탄생
2010년에 10개 점포로 출발했던 청바지 거리는 1년 후 7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었어요. 점포는 매년 늘어나 현재 30여 곳이 됩니다. 게다가 청바지뿐만 아니라 소품이나 셔츠 등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어요. 대형 관광버스도 정차하게 되어, 연간 8000명 정도였던 관광객이 2011년에는 1만9000명, 그리고 2013년에는 5만 명을 넘어, 2014년에는 약 14만 명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으며, 10%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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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마 청바지 거리 입구에 커다란 청바지 간판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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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떨이도 청바지로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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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거리가 시작되는 곳에 있는 '모모타로 청바지' 매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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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마 역에서 청바지 거리로 이어지는 길에 수많은 청바지가 걸려 있다.
'성지'에 필요한 것
청바지 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일본 최고의 상점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국의 성공한 상점가를 조사하면서 생각했습니다.점포를 늘려 번화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지역 캐릭터를 만들어 광고하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이곳에 와야만 구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있어서, 마니아들도 신이 나고 즐거워지는 그런 곳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 거지요.현재는 매장들이 점점 늘어난 덕분에, 개성이 있는 다양한 청바지가 판매되고 있고, 소품 등을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쪽 염색 체험도 할 수 있어요. 언젠가는 여기저기 가게를 돌면서 원료에서부터 청바지를 만드는 그런 체험도 할 수 있게 해 보고 싶습니다.
세계의 명소가 되기를
최종 목표는, 비록 청바지 산업이 없어졌다 하더라도 고지마가 청바지의 성지로서 일본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데님'의 어원이 된 남프랑스의 님. 그곳에 섬유산업은 이미 없어요. 박물관이 하나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청바지 마니아들은 그곳을 방문하지요. 칸 역시 영화산업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영화제에 그 지명이 얹혀져 있습니다. 고지마가 그와 같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그러려면 품질 좋은 청바지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널리 인정받을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전 세계를 향해 청바지의 고장임을 널리 알리고 있어요. 물론 청바지 산업도 번성하고 있고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지만, 홍보하는 방식이 아주 뛰어납니다. 전 세계의 청바지 브랜드가 모여들고 있지요.2014년부터 저희 회사에 암스테르담의 '진즈스쿨'에서 인턴을 몇 명 받고 있습니다. 또 2015년에는 '하우스 오브 데님' 재단의 제임스 페인호프 대표가 고지마를 방문하는 등 교류를 실시하고 있어요. 암스테르담과 고지마가 청바지의 세계 2대 중심지로 일컬어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2015년 6월에 발행된 『미슐랭 그린가이드 재팬(제4판)』에 고지마가 '일본 청바지의 도시'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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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거리의 캐릭터인 G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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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s station 고지마 역의 승강장. 자동판매기(왼쪽)와 엘리베이터가 모두 청바지로 뒤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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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에서 개찰구로 가는 계단에도 청바지. 물품 보관함에도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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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찰구와 벽면에도 청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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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만드는 일의 재미
제가 섬유업계에 들어온 것은 30세를 넘어서였습니다. 공무원, 커피숍 경영, 조경업, 자동차 판매업 등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원단(텍스타일)을 기획 판매하는 회사에 들어갔지요.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원단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저 두 가닥 실로 원단을 짜는 건데, 실의 색깔을 바꾸면 다양한 무늬가 생기는 겁니다. 또 소재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것이 되고요. 비젠, 빗츄, 반슈, 니시와키, 센슈, 하마마쓰, 가마고리 등 많은 직물 산지가 있는데, 각각 직물의 특색이 다릅니다.어떤 직물로 어떤 색깔과 무늬를 가진 원단을 만들지를 기획해 생산 회사에 제안하는 것이 저의 일이었어요. 상품이 팔리면 재료가 되는 원단도 잘 팔립니다. 그게 정말 재미있었지요.
잊을 수 없는 히트 상품
저의 기획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게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좀 두꺼운 레이온을 바이오 가공한 거였어요. 그 당시 유럽에는 촉감이 좋은 컬러 진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하면 그에 가까운 원단을 만들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이 떠올라, 원단 표면에 나 있는 여분의 섬유를 바이오 효소에 '먹여' 봤더니, 컬러 진처럼 촉감이 좋고 비단 같은 원단이 된 것입니다. 이게 크게 히트했지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청바지를 폐유로 빨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해 본 것이 랭글러의 오일워싱 청바지라는 대 히트 상품으로 이어진 것입니다.뭐든지 해 봐야 하는 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진짜 데님'으로 세계를 향해
6년을 근무하다가 1992년에 텍스타일을 취급하는 회사를 세웠습니다. 그때 내 회사의 핵심 사업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생각했어요. 뭐든지 다 취급할 게 아니라 특화된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 무엇을 특화할 것인가? 지역 산업인 데님이 무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데님으로 일본 최고, 아니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을 회사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진짜 데님'을 만든다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지요. 근거는 없습니다. 있었던 건, 나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는데, 과신에 가까웠지요. (웃음)
'진짜'란 무엇인가?
그러면 '진짜 데님'이란 무엇인가? 재료인 면, 색, 직조,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최고의 것을 추구하는 겁니다.당시, 최고급 면인 짐바브웨 면은 대부분 드레스셔츠 용으로 유럽에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도매하는 사람에게 "그 면을 일본에 달라." 하고 부탁했더니 "비싸요. 그렇게 비싼 재료로 만든 청바지는 비싸서 안 팔려요." 하는 겁니다. 하지만 안 해 보면 모르는 거잖아요.
청바지 가격을 요 정도로 하고 싶으니 원단은 요 정도, 그러면 면과 실은 요 정도로 하자. 이렇게 역산을 해서 재료의 질이 결정되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를 만들려면,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원료부터 좋은 것을 골라야 하는 거거든요.
깊이 있는 청색이 데님의 매력
색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청바지가 화학염료인 인디고로 염색되고 있어요. 하지만 화학염료 전에는 식물로 염색하는 쪽 염색밖에 없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본래의 천연 색깔과 화학염료의 차이를 모르고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지요.저는 쪽 염색 작가를 찾아가 배우며, 쪽 염색을 하게 되었습니다. 쪽 풀을 재배하고 베어낸 후에 건조, 발효시켜야 비로소 염색을 할 수 있어요. 발효 정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해서 과정까지 알고, 누가 어떻게 고생을 하면서 만들고 있는지, 색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쪽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데님의 청색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이 청색이 데님의 매력입니다. 일본에는 쪽빛이 20~30가지나 되고, 각각 이름이 붙어 있어요. 이렇게 깊이가 있는 청색이라 더더욱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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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염료인 인디고 가루. 사람 몸에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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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염색에 사용하는 말린 잎. 이것을 발효시켜야 비로소 염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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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염색의 종류. 색의 차이는 발효 정도와 염색 횟수로 결정된다.
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다
창업 3년 후인 1995년에 원료부터 깐깐하게 고르는 '재팬 블루 데님'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97년 무렵부터 외국의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데님이 세계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지요. 그리고 상당히 괜찮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2007년부터 개최된 데님만의 전시회에도 첫 회부터 참가했습니다. 첫 회에 꽤 주목을 받았어요. 제품은 물론이고, 부스 구성에도 관심을 모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외국에 가면, "당신은 누구며, 어떤 생각으로 만들고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그런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단지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는 거예요.
청바지 브랜드를 출시하다
2006년, 자사 브랜드 '모모타로 청바지'를 출시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큰 전기였어요. 텍스타일 회사로서 청바지 회사와 일해 오면서 계속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텍스타일 회사가 만들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못 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산지 브랜드를 만들어 앞으로 핵심 사업으로 해 나가고자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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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에 만든 '모모타로 청바지'. 마나베 사장은 산지를 분명히 표시하고 싶어서 '모모타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모모타로」는 오카야마에 전해 내려오는 옛날이야기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일이 전혀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팔리지 않고 돈만 나갔어요. 텍스타일 부문의 사원들에게 "사장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까?" 하는 소리를 엄청 들었지요. 하지만 잘 안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확고한 자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4년째부터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텍스타일 부문과 이익이 역전되었어요. 해외용으로 디자인을 약간 바꾼 제품을 만들어, 현재 해외 26개국의 100개가 넘는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의 공헌
이렇게 저희 회사가 세계로 시야를 넓혀 활동함으로써, 고지마가 청바지의 고장으로 일본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게 된 데에 공헌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은 최종적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지역 산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므로, 고지마가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인터뷰: 2015년 12월】
☆관련 사이트
株式会社ジャパンブルー
오카야마 어패럴 히스토리
http://www.okayama-ap.or.jp/history/index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