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피어난 예술
vol.1
버려진 것들로 예술을 창조하다
야마다 유카, 시즈오카 현 가케가와 시
2016.05
©斉藤芳樹
나의 예술은 가케가와 특산품
2009년에 남편의 전근으로 가케가와로 이사를 오기 전에는 도쿄에서 살았고, 시부야의 IT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와 디자인 업계도 패스트화(작업이 간편해짐)가 되어서, 예를 들면 웹사이트에 바로 올리고 수정도 바로 되며 또 바로 사라져 가는데, 그러다 보니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무게감이 점점 없어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 이렇게나 물건들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내가 뭔가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지금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어떤 것'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재활용에 관심을 갖게 된 거지요.
©斉藤芳樹
그렇지만 특별히 계기도 없었고 또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행동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가케가와에 온 후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생활이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시즈오카라는 곳이 의외로 장터라든지 수제품 행사가 많은 지역이에요. 친구를 사귈 수 있게 그런 행사를 이용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아는 사람이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가케가와 특산 녹차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고운 녹차 가루와 폐유로 만든 수제 양초라든지, 비누를 다시 녹여 만든 재활용 예술 잡화를 내놓기도 하고 그랬던 거지요. 그러저러하고 있는데, 갤러리를 마련할 테니 한 달간 전시회를 해 주면 좋겠다고 현지 분한테 부탁을 받았어요. 디자이너니까 뭔가 하겠지 하셨나 봐요(웃음). 실은 그때까지 아트의 아 자도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만.......
뉴턴의 사과를 찾았다!
벽과 책상이 모두 흰색인 작업실에서 창작에 몰두한다.
©斉藤芳樹
장소가 마련된 이상 어정쩡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무엇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재료를 사다가 그걸로 뭔가를 만드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때 눈에 뜨인 것이 두루마리 휴지의 심이었습니다. 폐유로 양초를 만들 때 휴지의 심을 틀로 사용한 적도 있고 해서, 이것이 튼튼하고 종이로서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언젠가 이 심으로 뭔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보관하고 있던 게 100개 정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알아보니, 두루마리 휴지로는 작품을 하는 사람이 아직 아무도 없더군요. 이거다 싶었어요. 저한테는 뉴턴의 사과였던 거지요.
실제로는 100개 가지고는 엄청 부족해서, 전시회 기간 동안 사람들에게 심을 부탁해 계속 작품에 보충해 나갔습니다. 말하자면 참여형 예술이지요. 하나도 가치가 없는 것, 쓰레기에서 예술이라는 가치를 창출해요. 제가 그 가치를 발생시키는 거지요. 저밖에 하는 사람이 없는 일이자,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두루마리 휴지의 심을 보내 준다.
©斉藤芳樹
일본의 두루마리 휴지 심은 대단해요!
두루마리 휴지 심은 납작하게 눌러서 보관한다.
©斉藤芳樹
시즈오카는 하천이나 용출수 등 물이 풍부한 땅으로, 전후에 제지 산업이 발달하여 제지 회사가 많습니다. 두루마리 휴지뿐 아니라 심을 만드는 일에도 긍지를 갖고 임하고 있지요. 일본의 두루마리 휴지 심은 굉장히 품질이 좋습니다. 저의 작품은 심 자른 것을 사용하는데, 심을 자를 때 납작하게 찌부러뜨려요. 일본의 휴지 심은 그렇게 찌부러뜨려도 파손되는 일이 없습니다.
작년에 말레이시아의 조지타운 페스티벌에서 디자인 학교 학생들과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곳의 두루마리 휴지 심은 찌부러뜨리니까 찢어져 버리더군요. 학생들이 일본 휴지 심의 튼튼함에 깜짝 놀랐지요.
일본은 두루마리 휴지 심이 JIS 규격으로 강도와 크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제조사가 달라도 강도와 크기가 대체로 같아요. 이 심이 일본의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창조적으로 사는 의식을 공유하다
잘라 놓은 심. 단 하나도 쓰레기로 버리지 않는다.
©斉藤芳樹
"심에 색을 칠하지 않는다." "정해진 커트 방법으로 재단한다." "자른 심은 모두 사용하고 쓰레기로 버리지 않는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지키면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한을 둠으로써 단순하고 통일성 있는 작품이 만들어지지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섬세한 꽃 세공을 하듯 공을 들여 만들었는데, "두루마리 휴지 심이 꽃같이 만들어지다니 멋지네." 하는 감동으로 끝나고 그만이었어요. 지인에게 이건 예술이 아니라 공예품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요. 그 후로는 여기저기 덜어 내고 단순한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마음을 울리고, 예술로서 더 쉽게 다가가지요.
저는 재활용 예술가로서 창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고, 쓰레기인 휴지 심에서 가치 있는 예술이 탄생하는 감동을 전달하고, 그 감동을 공유하며, 일상생활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누구나 창조적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식을 지속적으로 가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식을 다시 들여다보거나 재활용을 했다 하더라도, 한 번으로 끝나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전시 후에 강도 문제로 망가지거나 해도 수리해서 복구하거나 분해해서 각 부분들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듭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때가 시작할 때!
©斉藤芳樹
제 좌우명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시작한다."입니다. 제가 예술을 시작한 것은 가케가와에 온 이후이고 늦은 나이였지만, 저의 생활은 예술을 만나면서 풍요로워졌어요. 일상생활을 다시 들여다보았던 것이 그 계기가 되었지요. 가케가와에 이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없앴어요. 물건들과 과거의 추억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절반 정도를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재활용 예술을 만난 거지요. 도쿄에 있었으면 계속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주어지는 대로 만족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끔 제 작품을 따라서 만들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도 자기밖에 할 수 없는 것을 찾아야 하고 또 있을 거예요. 일상생활 속의 작은 깨달음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것을 발견해 낼 수 있고,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 심이 예술이 된다는 것은, 그 외에도 일상생활 속에 수많은 가능성과 깨달음이 있다는 말이에요.
재활용 예술로 제 생활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자기밖에 할 수 없는 것을 찾아내고자 한다면, 우선 사람이나 물건에 의존하지 않는 한 개체로서의 자기 자신을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2016년 5월 8일】
구성: 이타가키 도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