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 with Life
vol.2
빨간 머리로 계속 춤추고 싶다
다다논, 도쿄
2016.12
일본의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니코니코 동화(흔히 니코동이라 함)에는 애니메이션이나 보컬로이드[가사와 멜로디를 입력하면 사람 목소리의 노래가 만들어지는 음성 합성 프로그램으로, 보컬로이드(vocaloid)는 보컬(vocal)과 안드로이드(android)의 합성어]의 곡에 맞춰 춤추는 동영상을 올리는 <오돗테미타>('춤춰 보았다'라는 의미)라는 코너가 있다. 니코동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6년 말. 초기인 2007년부터 계속 활동해 온 춤꾼 중 하나가 다다논 씨이다. 다다논 씨가 춤 그리고 니코동에 동영상을 올리는 일에 매료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니코동이나 유튜브 같은 여러 동영상 사이트에 춤 동영상을 올리는 것 외에도 게임 실황 중계 동영상 제공, 코스프레, 음악이나 춤 관련 행사의 DJ라든지 MC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만물상'이죠.
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교 때입니다. 인터넷에서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 동영상을 보고 반해 버렸죠. 그 즈음에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춤을 배우고 있었는데, 연습하는 것을 보며 나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에서 수없이 동영상을 보며 문 워크를 연습했었죠.
실은 제가 그 무렵에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서, 한때 학교를 잘 안 가고 있었습니다. 같은 반이긴 하지만 제대로 이야기해 본 적도 없는 녀석들한테 찍혀 가지고, 신발장에서 신을 꺼내려고 하는데 옆에서 와서 부딪치며 "아이고, 미안. 몰랐어." 한다든지, 등 뒤에서 레슬링 하듯 시비를 걸고 그래서....... 학교에 안 가게 된 적이 있었거든요.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오프라인 모임에서 친구를 만나다
©Ogawa Kazuya
고등학교 올라갈 때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됐는데, 엔딩 주제가인 「하레하레유카이」라는 곡에 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보니까, 실제로 춤추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SNS에서 누군가 제안을 하면, 실제로 얼굴을 맞대고 모여 함께 춤추는 모임...... 오프라인 모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동영상을 봤더니, 그때는 좀 잘난 척하는 구석도 있어 가지고 "뭐야. 내가 훨씬 잘하잖아." 하면서,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해 봤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 오는 건 춤추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애니메이션 오타쿠(특정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였어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니까 같이 춤추고 싶다 하는 생각을 갖고 모인 거죠. 진짜 이름도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이 공통의 취미로 친해질 수 있었어요. 아키하바라나 요요기 공원에서 7시간 정도를 말없이 계속 춤추기도 했죠. 너무너무 즐거워서 매 주말마다 참가했습니다. 은둔형 외톨이 성향의 반동도 있었을지 모르겠네요.
니코동에서 갑자기 하루 조회 2만 회
©Ogawa Kazuya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어느 날, 친구 중 하나가 새 카메라를 사서, 제가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춰 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는데 촬영 중에 우연히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천둥까지 치는 바람에 다들 폭소를 터뜨렸죠. 당시 니코니코 동화가 막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거기에 한번 올려 보자." 이렇게 됐습니다. 닉네임은 '그냥 학생'이라는 뜻으로 '다다노 가쿠세이'. 오프라인 모임 친구들이 거기서 가져다 붙여 준 별명이 '다다논(TDNN)'이에요. 분위기 한번 탄 거죠.
그랬는데 그 동영상을 본 어떤 대학생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니찬네루'에 링크를 건 거예요. '바보 있음(웃음)' 비슷한 느낌으로요. 그게 재미있었나 봐요. 그래서 단숨에 하루 2만 회 정도 조회가 돼 버리면서....... 댓글도 200개 정도가 달렸습니다. 당시에는 비정상이라 할 정도의 숫자였어요. 하지만 그때는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죠. 그냥 재미있는 게 만들어져서 올린 거였어요.
2007년 니코니코 동화에 처음 올린 작품 「스즈미야 하루히의 격렬 연주, '하레하레유카이'를 춤춰 보았다(천둥 치는 빗속에서)」
http://www.nicovideo.jp/watch/sm725943
새로운 작품을 계속 올리다
니코니코 동화에 동영상을 많이 올리게 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춤추다 보면 "다 같이 동영상 찍어서 올려 보자." 이렇게 되거든요. 중간에 틀려도 다시 하지 않고 그대로 올렸습니다. 같이 놀고 있다는 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러다 춤은 안 추지만 카메라가 취미라는 사람이 멋지게 촬영해 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니코동의 매력은 자기의 동영상에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고, 그게 화면 위로 계속 지나간다는 겁니다. 춤의 타이밍에 맞춰 재미있는 말이 달리고, 그게 웃기면 그걸 본 사람이 또 'www'(한국의 'ㅋㅋㅋ'와 비슷한 의미)라고 써 넣고 하는, 그런 게 좋아요. "여기를 좀 더 이렇게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비평의 말도 참고가 됩니다.
2009년인가 2010년쯤부터는 정식으로 춤을 배운 사람들과 스트리트 댄서들도 <오돗테미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친해진 사람도 있었지만, 저희가 하는 것을 "재롱잔치 같다." 하며 우습게 보는 녀석들도 있었어요. 진짜 열 받았죠. 춤은 저런 녀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학원을 다니면 잘 추는 게 당연하지. 저는 동영상을 엄청 보고 따라 하면서 스스로 배웠거든요. 만약 그렇게 해서 "잘한다." 하는 말을 들으면 내가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에너지가 넘쳤죠. (웃음)
2009年「【불단가면】'Bad Apple'로 춤춰 보았다【다다논】
http://www.nicovideo.jp/watch/sm7752198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
©Ogawa Kazuya
동영상에서 제가 하고 있는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는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스타일입니다. 그 무렵에는 동영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게 주류였기 때문에, 다들 가면이나 공사 현장에서 쓰는 안전 콘 같은 것을 쓰곤 했어요. 저도 스크림 가면을 쓰고 춤을 춰 봤는데, 숨 쉬기가 힘들어서 선글라스를 쓰게 됐습니다.
선글라스는 외국 드라마인 「V.I.P」의 등장인물이 쓴 걸 보고 예전부터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쓰고 있어요. 행사 같은 데서 MC를 하는데, 그날 춤을 추지 않기로 했을 때는 안경을 쓰고 무대에 서지만, 춤을 출지도 모른다 싶을 때는 선글라스를 씁니다. 안경을 쓴 맨 얼굴로는 전혀 춤을 출 수가 없어요. 왠지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힘이 100%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빨간 머리를 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좀처럼 밖에 놀러 나가지 않는 저를 보고 어머니가 "머리라도 염색하고, 이제 밖에 좀 놀러 나가라." 하시며 만 엔을 쥐어 주신 게 계기였어요. 어머니가 아는 미용사한테 갔는데, 1990년대 초기 비주얼계 밴드의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담당했었다는, 뭐 할머니였죠. 유행이 바뀌어서 염색 약이 많이 남아 있었는지, 제 머리가 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게 됐습니다.
파랑, 초록, 금색, 은색, 하양, 노랑, 보라, 새까만 검정, 브리지를 했다가 금색, 검정, 빨강의 3색이 되기도 하고 그랬죠. 그 중에 저한테 가장 잘 맞는 게 빨강이었습니다. 원래 색깔은 파랑을 좋아하지만요. 하지만 빨간 머리를 하고 있을 때 가장 기분이 고양되거든요.
현실에서 못 했던 것을 인터넷에서 전부 해 내다
IT 쪽의 전문학교에 다니던 20세 무렵, <오돗테미타>를 주제로 한 춤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출연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에는 이미 2~3만 명의 팔로워가 있었어요. 남의 것을 베끼지 않고, 곡에 맞춰 자기 실력으로 자유롭게 춤추는 '프리 무브'라는 것도 유행했었고, 제가 새로운 춤에 수없이 도전했던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이대로 학교에 다니면 기술을 배우니까 취직은 반드시 되겠지. 월급도 받을 수 있을 테니 생활해 나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혹시 학교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로를 놓고 고민할 때 <오돗테미타> 친구한테 의논했더니, "즐겁게 살면 된다고 생각해."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학교를 그만두고 자유인이 됐습니다.
성인식 때 빨간 머리를 한 채로 갔습니다. 중학교 동창 중에는 제 동영상 팬이라는 아이도 있었어요. 저를 괴롭힘 당하던 애로만 알고 있던 아이들은 "어? 누구야? 진짜야?", "너, 지금 뭐 하냐?" 하고 놀라더군요.
아닌 게 아니라 중학교 때의 저는 심한 오타쿠에다 운동신경도 나빴고, 100미터 달리기도 느렸어요. 하지만 사실은 춤을 춰 보고 싶었고, 사람들 눈에 띄고 싶은 마음도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런 욕구가 전부 괴롭힘 때문에 억압되고 있었어요. 그게 인터넷을 계기로 춤을 추고, 머리를 빨간색으로 물들이고, 동영상을 올리면서 유명해졌죠. 현실에서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걸 인터넷에서 다 해 낸 거예요. 솔직히 엄청 통쾌했습니다.
2011년 20세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춤춘 「【다다논】'천 그루 벚나무'를 춤춰 보았다【20세의 마지막 춤】
http://www.nicovideo.jp/watch/sm16094094
몸이 움직이는 한 계속 춤추고 싶다
©Ogawa Kazuya
처음 동영상을 올렸을 때가 16세였고, 올해 26세입니다. 겉모습도 체형도 생활도 계속 변해 왔어요. DJ나 MC 같은,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게 되더라도 쓸 수 있는 '무기'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몸이 움직이는 한은 춤추고 싶어요. 즐거우니까 춤을 추고, 즐거우니까 동영상을 올리죠. 저의 그러한 중심축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고 싶습니다.
요즘엔 재미 없는 동영상투성이더라고요. 이런 사진을 섬네일로 쓰면 동영상 조회수가 늘어날 거라든지, 인기가 생기면 팬들을 데리고 행사를 열어서 돈을 벌겠다든지, 지금은 이런 약아빠진 생각을 하는 동영상 천지예요. 그런 건 결국 동영상을 영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죠. '팬을 위해서' 어쩌고 하는 말은 위선이 흘러 넘쳐서 특히 싫습니다. 그런 동영상에는 속도 안 상하고, 겨뤄 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안 일어나요. 아무 감정도 안 생기는 거죠.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도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저는 재미가 있어서 동영상을 올려 왔어요. 저는 저의 이런 의지를 끝까지 지키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바람
©Ogawa Kazuya
앞으로도 전혀 변함없이 하던 대로 하고 싶습니다. 되고 싶은 게 있다면, 다모리 씨(일본의 유명한 방송 진행자이자 코미디언, 배우) 같은 존재랄까요? <와랏테이이토모!>(일본 후지 TV가 32년간 방송했던 예능 프로그램)나 <뮤직스테이션>(일본 TV아사히가 30년째 방송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보면, 스튜디오에 오는 방청객 중에 다모리 씨를 보려고 오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다 다모리 씨를 알잖아요. 저도 <오돗테미타> 관련 행사 같은 데서, "팬은 아니지만 다다논이 누군지 알아.", "이 사람, 아직도 하고 있어?"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위치가 되고 싶습니다.
우선은 30세까지 빨간 머리로 있을 수 있었으면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죽을 때까지 빨간 머리일 것 같아요. 그 다음은 그냥, 될 대로 돼라, 죠. 인생, 후회 없이, 멋지게 길 위에서 죽고 싶습니다.
인터뷰: 2016년 8월
구성: 야마기시 하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