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더 가까이
vol.1
감성을 지닌 인공지능을 만들다
Matsubara Hitoshi, Hokkaido
2017.06
©유성길
공립 하코다테 미래대학의 마쓰바라 히토시 교수는 일본 인공지능 연구의 선구자이다. 컴퓨터 장기라든지 로봇들의 축구 경기인 로보컵 같은 친근한 테마로 인공지능(AI)의 흥미진진함을 널리 알려 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에게 쓰게 한 소설이 '호시 신이치 문학상(일본의 SF 소설가 호시 신이치를 기리는 SF 문학상)'의 1차 심사를 통과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마쓰바라 교수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감성의 연구'라고 한다.
아톰과 프로이트를 만나다
©유성길
유치원 때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인 「우주소년 아톰」을 보고, 마치 인간과도 같은 소년 로봇에 넋을 잃었습니다. 특히 아톰을 개발한 덴마 박사는 거의 우상이었습니다. 아버지께 덴마 박사의 직업이 과학자라는 말을 듣고는, 유치원 때부터 "어른이 되면 과학자가 될 거야."라는 말을 했었지요.
中중학교 때는 심리학자인 프로이트의 책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뮤지션이자 작사가인 기타야마 오사무 씨가 추천했기 때문이었어요. 중학생이었으니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구석이 많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 다닐 무렵에는 아톰과 프로이트를 향한 두 가지 관심이 이어져, 지성과 감성을 지닌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려면 로봇의 '머리'가 될 부분의 연구가 필요한데, 그 분야를 '인공지능'이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도쿄 대학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 전공
제가 도쿄 대학에 들어간 게 1977년이었는데,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어떤 선생님의 격한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인공지능 같은 건 쓰레기다."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그 선생님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1970년대라는 시기가 인공지능으로서는 '겨울'의 시대였던 것이지요.
원래 컴퓨터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대에 군사용 숫자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려는 목적으로 발명되었던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자 이 기술을 일반 국민 생활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어요. 그리하여 1950~1960년대 중반의 미국과 유럽에서는, 컴퓨터로 추론 등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이를 '제1차 인공지능 붐'이라 부르지요.
그러나 1960년대에서 1970년대로 들어오며 좋은 결과가 뒤따르지 않자, '인공지능은 기대 이하'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고도경제성장이 한창이던 일본에는 이 붐이 들어오지 않았고, "인공지능은 불가능한 것 같다."라는 평판만 전해졌지요.
저로서는 "이렇게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연구가 세상에 있다니, 혹시 이게 더 재미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성격이 좀 청개구리 같은 데가 있어서, 비주류 노선으로 가려고 하는 타입이거든요. 다들 반대를 하니까 더 궁금했습니다.
대학원에 올라갈 때는, 이번에는 진짜 인공지능 연구를 해 보고 싶어서 공학부에서 로봇 연구로 유명한 선생님 연구실에 지원했습니다. 그 선생님의 연구 주제에 '인공지능'이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지요.
막상 연구실에 들어가니 선생님은 "인공지능에 관해서는 잘 모르니까 알아서 연구해라." 하시더군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연구할 때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단 연구 주제 목록에 써 놨던 것뿐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연구해도 좋다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기뻤지요.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일본 최초의 인공지능 붐
©유성길
지금이야 저도 대학에서 '인공지능'이란 이름이 붙은 수업을 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만 여러 연구실에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율 세미나'는 하고 있었어요. 매주 토요일 오후에 학교에서 교실을 하나 빌려, 거기 모여서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5명이 모여 시작했는데, 제가 들어갔을 때는 12명 정도였나 그랬어요. 일본어로 된 책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비싼 원서를 구해다가 영어 논문들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러고 있을 때, 미국에서 '엑스퍼트 시스템'이라 불리는, 의료, 법률, 금융 등의 전문 지식을 가진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의사나 변호사를 대신할 수 있으면 비즈니스가 성립할 거라는 점에 주목해, 1980년대 후반에 다시 세계적인 인공지능 붐이 일어났어요.
이 붐은 일본에까지 건너와, 자율 세미나에 오는 사람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거의 100명 정도로 불어났지요. 세계적으로는 제2차 인공지능 붐이었지만, 일본에서는 최초의 붐이었습니다.
'겨울'의 시대를 뛰어넘어
1990년대에 들어오자, 엑스퍼트 시스템이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기는 어렵다며 다시 인공지능의 열기가 잦아들었습니다. 인간과 달리 '상식'이 없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실수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게 열이 내리지 않는 사람에 대한 대처 방법을 진단하라고 하면, "죽이면 된다."라고 답해 버리는 거예요. 일본에서도 버블 붕괴와 더불어 인공지능 붐이 사라졌습니다. 세상은 전혀 주목해 주지 않지, 연구비도 할당되지 않지, 그러자 연구자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이렇게 인공지능 연구의 세계는 지금까지 '붐'과 '겨울'의 시대를 반복해 왔던 것이지요.
지금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제3차 인공지능 붐'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출발점이, 캐나다의 토론토 대학 제프리 힌튼 교수 팀이 2006년 논문에서 발표한 '딥 러닝'이에요. 이로써 인간이 룰을 알려 주지 않아도 컴퓨터 스스로가 데이터를 통해 법칙을 학습하는 정교함이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이미지 인식 능력이 뛰어나, 2012년에는 이미지 데이터 속에서 인간 이상의 높은 확률로 인간의 얼굴을 인식하는, 압도적인 정답률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건 엄청난 사건!"이라는 주목을 받으면서, 이제는 지구상의 문제가 전부 인공지능으로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할 정도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들 지금까지 냉정하더니 갑자기 친절해졌지요. 저로서는 다시 '겨울'의 시대가 와서 갑자기 차가워지는 것은 아닌지 좀 불안합니다. 하지만 붐이 일어나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에요. 지금 한창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중견 연구자들도 1980~1990년대에 붐이 일었을 때 공부한 사람들이거든요.
저는 인공지능이 비주류 분야라서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만큼 연구가 발전했으면 싶고, 그렇게 되도록 연구자도 늘리고 인공지능을 이 세상에서 좀 더 주류로 만들고 싶고 그렇습니다.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제 안에 있는 것이지요.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연구를
©유성길
인공지능의 기본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쓰는 작업입니다. 좀 심심하고 단조로운 연구라,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모르겠다거나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요. 연구라는 것은 단조로운 것이든 어려운 것이든 다 중요하지만, 그런 식으로만 이야기하면 세상의 이해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연구비도 늘지 않고, 다시 '겨울'이 와 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컴퓨터 장기 연구라든지 컴퓨터에게 축구를 시키는 로보컵 등,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누구한테나 쉬우면서 시선을 끌 수 있는 작업을 어느 한쪽에서는 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말을 좀 막 하는 선배한테 "우주소년 아톰을 만드네 어쩌네 하더니, 하고 있는 건 장기라나 축구라나. 앞뒤가 전혀 안 맞잖아."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긴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주소년 아톰을 만들려면, 인간이 하고 있는 실로 다양하고 복잡한 작업들이 가능해야만 되는 것입니다.
이성의 연구에서 감성의 연구로
©유성길
2012년에는 인공지능에게 소설을 창작시키는 것을 목표로 「변덕쟁이 인공지능 프로젝트-작가인데요」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장기나 축구 또는 외국에서 진행되어 온 바둑이나 체스 연구는 어려운 문제를 인공지능에게 해결하게 하는 '이성의 연구'였습니다. 최근 장기나 바둑에서 컴퓨터가 명인을 이겼다는 것이 뉴스가 된 것처럼, 명인까지도 이길 수 있다는 최종 목표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제는 인간의 '감성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다.", "절대 될 리가 없다."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로서는, 다들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해도 별로 재미가 없거든요. 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팀원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연구를 놓고 주변에서 별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만, 이미 컴퓨터는 장기도 해 냈고 축구도 해 냈으니까요.
연구 진행 방식을 설명하자면, 우선 가설로서 인간의 감성이나 창조성 또는 독창성이라 불리는 것이 '랜덤 넘버 제너레이션(random number generation: 특정한 배열 순서나 규칙성 없이 무작위로 나오는 임의의 수인 난수가 생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냥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해 내고, 그 중에서 좋은 것을 찾아내는 것. 그러다 좋은 것이 나왔을 때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만약 그런 거라면, 컴퓨터도 랜덤 넘버 제너레이션으로 독창적인 소설을 창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입니다.
긴 소설을 쓰는 것은 어려우니까, 우선 쇼트쇼트(short short story: 호시 신이치가 개척한 아주 짧은 단편소설 장르로서 보통 200자 원고지 20매 안팎)라는 단편소설 장르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나아가 니혼게이자이 신문사가 주최하는 문학상인 '호시 신이치 문학상' 입선을 목표로 했지요.
컴퓨터가 소설을 쓰려면
실제로 해 본 결과, 지금까지 알게 된 사실은 이렇습니다. 컴퓨터가 소설을 쓸 수 있으려면 '자연스러운 일본어 문장을 생성하는 것', '스토리를 생성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재미있는지 '평가를 하는 것'이라는 세 가지가 가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첫 번째인 문장 생성까지가 가능합니다. 저희 팀원인 사토 사토시 교수가 애써 주어, 일정한 문법으로 스토리를 입력하면 그것을 일련의 문장으로 나타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컴퓨터가 쇼트쇼트 소설을 생성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스토리를 생성하고 평가하는 부분은 아직 어렵네요. "맨 처음에 날씨 이야기를 한다.", "그 다음에 주인공이 말을 하게 한다."와 같이, 이야기의 구성이나 형식을 인간이 정해 주고 있습니다. 또 컴퓨터를 통해 무작위로 만들어진 작품 중에서 인간이 골라 응모하는 것이므로, 작품의 스토리가 과연 재미있는지 작품의 완성도는 어떤지를 평가하는 것도 아직 인간입니다. 컴퓨터 스스로는 내용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지요.
2016년 제3회 '호시 신이치 문학상' 공모전에서 인공지능이 쓴 작품 하나가 1차 심사를 통과해, 이것이 외국 언론에까지 보도되었습니다.
이상적인 것은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로봇
©유성길
앞으로 로봇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사람과 공생하려면, 반드시 인간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로봇이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오늘 좀 덥네." 했을 때, "네. 오늘은 기온이 ○도입니다. 습도는 ○%입니다."라고 응답하는 정도 가지고는 좀 허전하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 낮이라면 에어컨을 켜 준다든지 또는 밤이라면 맥주 한잔 어떠냐고 물어봐 준다든지, 그런 식으로 문맥과 어조를 살필 줄 알아서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로봇이 이상적이겠지요.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파트너 같은 존재랄까요?
인공지능 연구로 알게 되는 인간의 위대함
©유성길
인공지능 연구는 실패의 역사입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컴퓨터는 대체로 그렇게 안 해 주지요. 프로그램을 썼다가, 수정했다가, 연구는 단조롭고 거의 몸으로 때우는 작업입니다. 한없이 오락실의 '두더지잡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일이거든요.
그러나 연구를 할수록 인간의 위대함에 정말 놀라게 됩니다. 저는 인공지능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을 이해하려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그곳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멉니다만, 조금은 다가갔구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연구의 묘미지요.
우주소년 아톰도 고민을 하지 않습니까? 기계인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다른 것 같다고 말이지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렇게,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싶은 겁니다.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아직 한참 멀었으니, 연구자들은 작은 성공에도 열심히 자기를 치켜세워 나가야겠지요.
【인터뷰:2017년 2월】
구성: 야마기시 하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