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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더 가까이

vol.3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시구로 히로시(오사카)

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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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구로 히로시 교수는 방송인인 마쓰코 디럭스라든지 자신을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을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로봇 연구의 제1인자이다. 올 2월에는 일본 동영상 사이트인 니코니코동화를 운영하는 드완고와 패션 전문 백화점 사업체인 파르코와 공동으로, 사용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아이돌을 육성하는 「안드로이돌 U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안드로이드와 달리 자율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팬과 대화를 하면서 학습해 나가는 안드로이드이다.
그 이시구로 교수가 로봇 연구의 길을 걷게 된 인생의 전환점을 이야기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사람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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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才知弥

첫 번째 인생의 전환점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있었습니다. 어른이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봐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요. 저 자신도 근본적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몹시 충격을 받았죠.

그때까지는 어떠했느냐 하면, 1~2학년 때는 그림만 그렸습니다. 비행기라든지 꽃이라든지 풍경이라든지, 그냥 떠오르는 것을 무작정 그리는 거죠. 3~4학년이 되니까, 선생님이 평소에 주변을 둘러보면서 알게 된 것을 써 보라고 하셨는데, 알게 된 게 엄청 많아서 엄청 많이 썼습니다. 종이상자에 공책이 여러 권 쌓였어요. 그전에는 머릿속에 이미지밖에 없었는데, 이제 머릿속에 말들이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시기가 된 거죠. 머릿속을 전부 '외재화'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안 그러면 속이 답답해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연구 아이디어 같은 것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놓지 않으면 아주 괴로워요. 언제나 제 방의 벽 한 면에 붙어 있는 화이트보드에 마구 써 놓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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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한 면에 붙어 있는 화이트보드
©中才知弥

죽을 각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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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才知弥

두 번째 인생의 전환점은 박사학위를 따려고 할 때 찾아왔습니다. 기본 문제를 생각해 보라는 지도교수의 말에, 연구 주제의 온갖 가능성을 죽을 각오로 생각해 봤습니다. 조금 생각해 보다가 "아, 안 되네." 하고 생각하기를 관두는 식으로는, 자기 자신의 껍질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죽는다 하게 되면, 생존 본능에 따라 뇌가 여기저기를 죄 탐색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껍질이 깨지는 거죠.
연구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으려면, 보통의 뇌로는 안 됩니다. 좌뇌와 우뇌가 이어져 있는 것 같은 뇌, 그러니까 예술적 영역과 과학적 영역, 발상의 영역과 논리적 영역이 연결돼야 하는데....... 반년 정도를 정말 죽을 각오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더니 두 개의 뇌가 연결되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도 어딘가에서 커다란 도전들을 하고 있어요. 저는 학생들에게 때때로 이렇게 묻습니다. 자기 목숨의 가치와 연구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중하냐고요. 자기 목숨보다 가벼운 연구를 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말이죠. 제가 죽어도 세상이 바뀔 거라고는 별로 생각들을 하지 않을 거예요. 세상을 바꾼다 하는 것은 보통 엄청난 일이 아니거든요.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하는 정도로는, 이 세상이 바뀌지도 않거니와 그 어떤 새로운 발견도 불가능합니다. 이건 회사원도 마찬가지예요. 어떤 회사에 취직을 해서 "상사가 말씀하시는 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는 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꿔 나가거나 새로운 일을 하고 싶으면, 자기 자신의 껍질을 깨뜨려야만 되는 거예요.

새로운 분야의 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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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才知弥

그 후 2000년 무렵에 교토 대학으로 옮겼는데, 이 세상을 바꿀 연구를 해 달라는 말을 지도교수에게 들었습니다. 이것이 그 다음의 인생 전환점이에요. 이때 사람과 관계를 맺는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기존의 연구에서 조금 벗어난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데굴데굴 더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사람과 관계를 맺는 로봇은 사람을 모르고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들게 된 거죠.

그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같은 걸 만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점차 동료 연구자가 생겼습니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로봇 분야는 미국의 동료 연구자와 함께 만들었어요. 새로운 학회가 만들어지면, 그때까지 받아들여지지 않던 논문도 이제 받아들여지게 되죠.
그리하여 지금은 또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학회라든지 논문이라는 수단만으로는 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야마나카 신야(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의학자이자 줄기세포 연구자) 선생님처럼 논문의 형태로 좋은 성과를 내놓아 세상을 바꾸는 사람도 있지만, 정보 계통이나 로봇 쪽 기술은 복합적인 것이어서, 반드시 논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논문을 쓰지 않았는데도 세상을 바꾸고 있잖아요. 저희 연구도, 저희가 만든 것이 보급되면서 세상을 바꾸어 가는 그런 거라는 얘기죠.

저는 인간의 근원을 향해 다가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어떤 한 가지를 파고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굉장히 복잡한데요. 그와 같이 복잡한 것을 만들어서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그것을 생각해 보고 싶은 거예요. 실증 실험이라든지, 회사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그걸 시도해 보는 그런 작업들은 이미 많이들 하고 있잖아요? 인간의 근원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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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닮은 안드로이드 로봇을 여러 개 만들었다
©中才知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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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조종으로 안드로이드 로봇을 움직인다
©中才知弥

인간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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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才知弥

인간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적어도 육체로는 인간을 정의할 수 없을 거예요. 만약 인간을 육체로 정의한다면, 손발이 없는 사람은 90%나 80%나 60%짜리 인간이 되어 버리겠죠. 그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하면, 의수나 의족을 사용하듯 그 밖의 신체 부분도 기계로 대체될 텐데, 대부분이 기계화된다 하더라도 인간은 인간이잖아요.

그러니까 인간의 정의는 아직 모르는 겁니다. 인간의 정의가 더 넓게 확대되면 안 되는 것일까요? 왜 다들 인간의 정의를 그렇게 좁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적어도요. 기술이 진보하고 있고, 그만큼 인간의 정의가 넓어지고 있거든요.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기능이라든지 그런 것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 이 사람이 소중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인간 아닐까요? 예를 들어 피부색으로 차별하던 시대가 있기는 했지만, 피부색이 인간을 정의하지는 않잖아요. 그리고 몸이 기계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건 상관이 없잖아요.

앞으로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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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才知弥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사회가 이상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인류는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없어지게 됩니다. 애초에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어요. 그 차이는 기술을 사용하느냐 아니냐 하는 겁니다. 기술은 기계죠. 다시 말해 로봇이라고요. 만약 인간한테서 기술이나 로봇 같은 것을 뺀다면 그냥 원숭이란 얘기예요.。지금 상황을 보면, 거의 모든 게 인공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로봇이 되려 하고 있는 거예요. 만약 인간이 동물이 되려 하고 있는 거라면, 옷도 벗고 카메라도 버리고 건물도 버리고 숲으로 돌아가면 되지 않겠어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해가 갈수록 점점 로봇에 가까워지고 있는 일인 셈이에요.

그리고 인간과 관계를 맺는 기계는 모두 '인간형'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사람의 뇌는 사람을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인간형'이라는 것은 '사람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유리컵보다는 이 오리 인형을 보며 이야기하기가 더 쉽지 않겠어요? 최근에, 말하는 가전제품, 예를 들어 "앞으로 5분 후에 밥이 완성됩니다."라고 말하는 가전제품 같은 것이 팔리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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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는 오리 인형이 여러 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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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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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이나 나이가 설정되어 있지 않은 텔레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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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개발된 텔레노이드(Telenoid: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로봇)는 인간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외형'과 '동작' 요소만을 갖춘 로봇입니다. 사람이 자기 생각대로 '상상'을 하면서 대하는 로봇을 만들고자 했어요. 텔레노이드의 성별이나 나이도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죠.

최근 5년간은 제미노이드(geminoid: 쌍둥이를 뜻하는 라틴어 'gemini'와 인조인간이라는 뜻의 'android'가 결합한 말로서 실제 인물을 똑같이 본떠 만든 로봇)나 텔레노이드와는 다른, 오직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한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손을 잡고 있지 않은데도 마치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거죠. 지금 만들어져 있는 것을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세상에 내놓았을 때 사람들의 70~80%가 "이거 굉장하군." 해 줘야 됩니다. 아직 완성도가 10~20% 정도예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원리에 아직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구나 싶습니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는데, 아직 잘 안 풀리네요.

트위터나 라인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라인에 회원 가입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예를 들면 아이가 계속 엄마 손을 잡고 있으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은 그런 겁니다. 연인끼리 연결되어 있다거나 하는 그런 거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요소가 중요한가와 같은, 그런 가설들을 검증하고자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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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노이드의 성별이나 나이는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中才知弥

【인터뷰: 2017년 2월】
구성: TJ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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